조심 또 조심!…남도의 밥도둑·마음도둑에게 홀릴지도 몰라요

입력 2022-04-14 17:13   수정 2022-04-15 02:28

미식의 끝은 남도에 있다. 겉치레 없이 투박해 보여도 그 안엔 넓고 깊은 맛이 감돈다. 따뜻한 바람이 찬 겨울을 몰아낸 자리에는 파릇파릇 제철 채소가 자라고 바다에서 갓 건져낸 해산물이 난다. 미식 로드를 여행할 땐 아름다운 주변 여행지가 최상의 디저트다. 살을 발라낸 꽃게무침 한 접시, 바다에 사는 갯장어로 깔끔하고 구수하게 끓여낸 장어탕 한 그릇이면 온몸에 봄기운이 감돈다.
대나무통에 왜 밥만 해먹는가
담양에서 대나무통케이크를
떡갈비로 유명했던 담양에 신흥강자 담양제과가 나타났다. 작은 디저트 가게인데 핫플레이스로 등극해 늦은 시간에 가면 시그니처인 대나무 케이크는 구경조차 힘들다. 대나무통에 쌀 대신 크림치즈와 에스프레소 시트 등을 켜켜이 채워 구워낸다. 요즘 ‘빵지순례’ 한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담양 댓잎으로 만든 대나무 우유, 댓잎차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아이디어 디저트도 계속 선보인다.

info. 제품의 독창성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도 받았다. 찾는 이가 계속 늘어 얼마 전 매장을 확장 이전했다.
맛집 보증수표가 다녀갔다는
여수에서 갈치조림과 서대회를
예전에는 여수 가면 돌게장을 먹으라고 권하는 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돌산식당 갈치조림과 서대회 추천이 늘었다. 숨어있던 맛집이 미식가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 단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국인이라면 다 아는 알싸한 그 맛인데 회는 쫄깃하고 매콤한 갈치조림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식당 주인은 2인분을 강요하지 않고 혼자 오는 손님도 반갑게 맞는다.

info.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식당을 운영한다. 돌산에서 직접 키운 마늘과 갓을 재료로 쓰고 서대회무침의 초고추장은 막걸리 식초에 과일을 갈아 넣어 숙성시킨 수제품이다.
해남 안씨 고집의 맛
해남에서 닭요리를
바닷가 해남에 왜 닭요리촌이 생겼을까. ‘노란 닭이 황금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는 황계동마을은 일제강점기에 계동마을로 불렸고 이곳이 지금의 닭요리촌이 됐다. 1970년대 닭요리촌 원조인 장수통닭 안재근 씨가 토종닭 요리를 외지인에게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닭다리와 닭모래집, 닭가슴살을 참기름에 무쳐낸 닭사시미도 맛이 좋다. 찰진 토종닭 식감 제대로인 주물럭과 백숙, 닭죽은 이곳의 별미다.

info. 해남읍 고산로 일대에 가면 닭 코스 요리 내는 집이 많다. 돌고개가든은 4인 기준 6만원에 삶지 않고 쪄낸 백숙으로 한상 차려낸다.
밥보다 게살이 더 듬뿍
목포에서는 게살비빔밥을
목포 미식 중 현지인이 즐기는 꽃게무침, 혹은 게살비빔밥을 놓쳐선 안 된다. 짜지도 맵지도 않은 목포 특유의 빨간 양념에 내장을 제거한 신선한 게살을 통째로 짜 넣어 밥에 쓱쓱 비벼 먹는 요리다. 밥보다 게살이 더 많아 입안 가득 게살 퍼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숙성시킨 것이 아니라 신선한 게로만 요리하기에 재료 조달이 어려워 대도시에서는 구경하기 힘들다. 무조건 현지에서 먹어야 할 음식.

info. 목포시 으뜸 맛집 중 하나인 해빔은 꽃게무침으로 유명하다. 식당이 조금 허름해도 괜찮다면 원도심 쪽 장터식당도 추천한다. 비빔밥을 싸먹는 직접 구운 김을 주는데 신의 한 수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갯벌을 감상하며
신안에서 보리숭어를
육지와 다리로 이어진 뒤로 신안을 찾는 여행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5월 즈음 신안은 보리숭어를 찾는 미식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숭어는 다른 말로 보리숭어라고도 한다. 알을 낳은 뒤 겨울을 지내고 봄 무렵 다시 활동을 시작해 살이 제대로 오르는 시기가 보리 익는 즈음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숭어를 ‘고기 맛이 달고 깊어 물고기 중 최고’라고 했다.

info. 많이 잡혀 비싼 어종은 아니지만 대신 양식장이 없어 때를 맞춰야만 맛볼 수 있다.
조용한 숲에서 맘껏 쉬고 넉넉히 먹고
장흥에서는 갑오징어를
장흥 별미는 누가 뭐래도 장흥 한우에 표고버섯과 키조개 관자를 곁들이는 장흥삼합이지만 봄철만큼은 갑오징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두툼하고 쫄깃한 식감에 달짝지근한 뒷맛이 별미다. 거개 회로 먹는데 장흥에서는 속을 꺼내지 않고 통째로 찌는 갑오징어먹찜이 유명하다. 살아있는 갑오징어를 바로 쪄 자를 때 먹물이 터지는데 이 먹물 또한 명물로 통한다. 갑오징어 먹물은 약으로 쓸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info. 읍내의 싱싱회마을, 해도지식당 등이 유명하고 바닷가의 관산읍이나 회진면, 대덕읍 일대 횟집은 이맘때 모두 갑오징어먹찜을 상차림에 낸다.

글=이선정 여행팀 기자
사진=한국경제매거진DB, 전남도청, 장흥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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